최근에 바다를 본 적이 없기도 하고 연휴가 긴데 집에만 있기 심심해서 혼자 여행을 가기로 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중 기차표가 전부 매진이어서 선택지가 대폭 줄어들었는데 갈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포항 이였다.
포항은 원래 친구들과 몇 번 같이 가자고 말이 나온 곳 이지만 그냥 이번에 바다도 보고 힐링도 할 겸 해서 혼자 2박 3일로 다녀왔다.
출발은 금요일날 오전에 버스를 타서 적어도 한시쯤 숙소에 도착 해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고 볼 일을 보려고 했다.
나름 탄탄한 계획을 가지고 출발지인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귀성길이라 그런지 오전 이른 시간이였음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그 곳은 정말 정신이 없었다.
나는 버스 승차번호를 확인하고 잠깐 화장실에 다녀와서 앉아 쉬고 있는데
뉴스 아나운서인지 관계자인지 오셔서 귀성객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해줄수 있냐는 요청에 나는 귀성길도 아니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가는거라 혹시모르는 마음에 거절을 했더니 옆자리 커플에게 바로 여쭤보셨다.
평소 뉴스 인터뷰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현장에서 즉석으로 캐스팅을 하는 줄은 몰랐다.
난 센스가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는게 더 좋을 듯 하다.
버스 출발시간은 9시 50분 소요시간은 3시간 40분 정도로 거의 점심시간쯤 도착할 생각으로 버스에 올랐지만 나는 그 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몇 가지를 고려하지 못했다
일단 첫번째로 연휴첫날 다른 버스가 전부 매진이었던 이유는 그만큼 고속도로에 사람이 많을 거라는 점
그리고 버스를 많이 타지 않았던 나는 그냥 남는 뒷자리 아무 곳 에나 앉았던 점
나는 부모님댁에 내려갈 때도 거의 기차를 탔기 때문에 고속 버스는 정말 정말 오랜만에 타는 건데 미처 고속도로 상황을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가는길에 휴게소를 세 번이나 방문했는데 서울 올 때는 한 번만 방문 했던 걸 생각해보면 정말 시간이 오래걸렸던 것 같다. 그런 긴 여정에 목베개를 챙겼던 내가 대견스러웠다.
또 고속버스에 앉으면 주로 앞자리나 혼자 앉는 자리에 탑승하던 나는 이번에는 뒷 쪽 창가자리에 앉았는데 버스의 공기순환기에서 그렇게 찬 바람이 나오는지 처음 알았다.
진짜 엄청 추워서 가져갔던 큰 가방을 계속 껴안고 있었다.
내 기억에선 살면서 처음 방문한 곳인데 동해와 목포와는 다르게 바다가 근접한 곳이여도 해안지방의 그런 습함이 없었다는 점이 참 신기했다.
고속버스에서 내려이제 숙소로 가야하는데 내가 예약한 곳은 좀 외진 곳이라 택시를 타도 2만원이 넘게 결제되는 곳이였다. 그래서 아쉽게도 한 번에 가는 버스는 없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의 지도 어플이 정말 잘 되어 있고 버스 정류장마다 버스 도착예정시간이 표시되어 찾아가는데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환승하는 곳에서 너무 피곤하고 배고프고 버스를 기다릴 기력이 없어서 택시를 호출했는데 다행히 만 원 정도 되는 금액만 지불했는데 도착하고 나니 길이 너무 험하고 좁아서 택시를 부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한 해안가는 바다를 풍경으로 다른 숙박업소들이 늘어져 있었고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아마 혼자 온 건 나뿐인 듯 하다.
사장님은 숙소밖에 서성거리고 계셨는데 내가 몇 번 문자를 드리고 계속 길을 여쭤봐서인지 나를 먼저 알아봐주시고 열쇠를 주시며 주의사항을 알려주셨다.
내가 묵게된 곳은 A동의 302호 였던 것 같은데 ?
암튼 방은 정말 딱 2명이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적당한 크기이고 베란다에 있던 스파 욕조가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스파욕조를 이 날 처음봐서 더 커 보였을수도..
숙소의 기본 옵션은 에어컨 보일러 스파 취사도구 커피머신 샴푸 린스 바디샤워 수건 실내화 옷걸이 가 있었지만 칫솔은 없고 각종 세면 용품은 너무 세정력이 부족했다
그리고 드라이기가
여기 숨겨져 있다 ….
이 숙소는 기본 생수가 제공되지 않아서 편의점에가 김치와 생수 그리고 따뜻한 국이 먹고 싶어서 인스턴트 어묵국을 샀다.
이 날 나는 숙소에 늦은 오후에 도착했는데 아침도 별로 못 먹고 점심시간내내 고속도로에 갇혀있어서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밥을 먹었다.
그리고 첫쨋날은 엄청 일찍 잠에 빠졌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런것도 있지만 원룸의 스프링 다 빠진 슈퍼싱글 침대에서 자다가 그나마 편안한고 넓은 침대를 혼자 쓰게 된 것이 너무 마음이 편해서 더 빨리 잠에 든 것 같기도 하다.
이튿날
어느때와 다름없이 새벽에 기상한 나는 창 밖 풍경을 보는데 마침 해돋이가 시작되는지 하늘이 점점 밝아지고 있는 시간대였다. 숙소 앞의 해변가에는 텐트 하나와 숙소에 묵었던 사람들이였는지 관광객들이 핸드폰을 들고 경계선을 찍고 있었다.
나도 멍때리다가 오늘 날씨가 좋아 해돋이가 잘 보일 것 같아서 바로 폰을 들고 촬영을 시작했는데
분명 끄트머리만 보이던해가 10분도 채 되지않아서 전부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하루가 또 시작됐다.
이 날은 원래 계획했었던 정해진 양의 인강듣기, 발표자료 만들기, 다이어리 및 가계부 정리를 차근차근 해나갔는데 아침에 인강을 듣다가 결국 잠에 들고말았다. 침대에서는 공부하면 안되나 보다
대충대충 인강을 듣고 꼼꼼하게 다이어리와 가계부를 쓰며 시간을 보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기왕바다에 온거 해변을 밟지 않으면 아쉬울 것 같아서 나가서 산책을 했더니 어쩜 날씨가 이렇게 좋은지 계속 머물고 싶었다.
나중에 늙으면 정말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다.
약간 강원도.. 강원도가 좋을 것 같다. ^^
포항에 있는 동안은 내가 서울에서 가져온 식량들로 근근히 연명을 했고 간식으로 여유롭게 봉지과자도 챙겼지만 하루종일 숙소에만 있어서인지 배가 그렇게 고프지는 않아서 가져간 음식들을 다먹지는 못했다
내가 너무 과했었나 보다
2박 삼일 포항에서의 마지막 밤은 내일 고속버스 터미널을 찾으러 초행길을 나서야했기 때문에 일찍이 짐을 정리하고 잠에 들었다.
셋쨋날
아침형인간답게 오늘도 새벽기상.. 어제 미리 짐을 싸뒀기 때문에 아침준비는 길지 않았다.
빠르게 준비를 끝내고 여유롭게 버스시간을 찾다가 버스 배차 간격이 40분 정도 된다길래 빨리 나갔더니 하늘이 너무 예뻐서 넋을 놓고 사진과 동영상을 주구 장창 찍었다.
근데 타이밍이 안좋았는지 바로 눈앞에서 버스를 놓쳐버려 나는 추운 새벽 부터 동이 터 올 때까지 버스를 기다렸다. 하다하다 너무 다리가 아파서 택시를 불렀는데 정말 이 날은 타이밍이 안좋았는지 잡고 2분 있다가 버스가 와서 택시기사님께는 죄송하지만 패널티를 감수하며 호출을 취소했다.
가는길에 해안 도로에서 해돋이를 보는데 아쉽게도 사진을 잘 찍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도 널널하게 9시 50분으로 잡았는데 내가 도착한 8시 30분 쯤 이제 곧 서울로 출발한다는 버스가 있어서 미리 예약한 프리미엄 버스를 취소하고 해당 버스를 타고 바로 올라왔다.
터미널의 직원분께서 프리미엄에서 일반으로 가는건데 괜찮냐 하셨지만 나는 정말 생각없이 시간있는대로 예약한거라 괜찮다 말씀드리고 버스에 탑승했다. 다행히도 이번엔 앞좌석이였다. ^^
내려갈땐 그렇게 길었던 길이 올라올땐 어찌나 빠른지 가져온 목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잠에빠져 서울로 도착했다.
다시 좁디좁은 갑갑한 서울의 내 원룸에 들어오니 한숨이 절로 나오고 지출이 많아서 힘들었지만 나에게 잠시라도 숨 쉴 공간을 내어주고 왔다는게 참 다행인 것 같다 .
종종 이렇게 다녀올 수 있도록 여행 적금을 만들어야지
https://kko.to/2NtR79JBvi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곡나루_청도_미나리_고기 (4) | 2024.02.17 |
---|---|
영등포구청_경성양꼬치_마라양꼬치 (0) | 2024.02.16 |
영등포시장역_선비네_닭볶음탕 (2) | 2024.02.15 |
홍대_속눈썹펌_햄버거_스페이스원 (4) | 2023.12.29 |
홍대_네일아트_연남_그믐족발 (4) | 2023.12.29 |